| 蓮潭記
浴川治之東數里曳山村西有潭焉上下列置周圍爲數千百歩每當夏季秋初芙蓉盛開或兩兩相扶或亭亭獨出抑不知其幾千萬朶播馨香於遠邇眞南州之壯觀也潭上有石石上有刻曰進士趙公蓮潭公諱怡字汝愼淳昌人七世祖府院君忠獻公農隠先生諱元吉當麗運之衰道德文章爲世師表而功著勲府之錄名齊圃牧之列故腏享干淳昌郡武夷院忠獻公之子前副正虔谷先生諱瑜早承庭訓從遊於圃冶諸賢之門時當短喪之際獨廬墓三年及聖朝革命與其兄樂齋公諱瑛不受爵禄克全杜門洞罔僕之節故太宗朝下敎美之曰父子三賢其終也自朝家特威靖閭於故里士林追設爼豆於謙川虔谷公之長子曰諱斯文贈參議次子曰諱崇文贈判書諡節愍公與其子贈敎官龜川公諱哲山當世祖丙子與六臣同日殉節故並蒙棹楔之典配食謙川之院參議公之子蔭察訪諱智崙與其昆弟四人解紱歸鄉長枕大被同處一亭亭號相好克篤友愛有江淮之遺風生諱穩生進俱中官止直長生諱淑瓘蔭縣監生諱大成號梅窓有隱德南中多士慕其道義躋享于昇平府靑莎之院是爲公考也公生于嘉靖甲辰承襲庭訓以文章禮學聞于當世出入于沙溪之門下凡諸經傳之旨邃奧之理無不洞然先生常稱之不己年三十中成均司馬性恬靜寡欲於物無所嗜好而惟愛是蓮鑿潭于所居村前因以植蓮爲吟賞之所蓋是花也淨植不染爲花中之君子知愛君子之花者濂翁之後惟公一人而己見其所愛其所養亦可知也歷數百年其潭尚存香藕不絶可見公之遺澤之深矣徃在己甲(己巳甲戌)之間民値歉荒賴生於蓮根故其根遂絶至于己酉一種蓮花自生於潭中遂復繁衍滿潭蕖花菀然如昔日之繁華有方興未艾之象人皆異之爲其子孫者興感爲如何哉家君謀諸族人改爲修築全其培養以爲子孫養德之勸焉
後孫 昌驥 謹識
연담기(蓮潭記)
곡성(谷城)군 읍내에서 동편으로 몇 리를 가면 예산촌(曳山村)이 있는데 그 서편에 주위가 수백 보나 되는 못들이 여기저기 나열되어 있다. 매양 늦은 여름과 첫가을이 되면 연꽃이 가득 피어 어느 것은 둘이 서로 나란히 피어오르기도 하고 어느 것은 정정히 홀로 피어오르기도 하는데 몇 천만 송이나 되는지 헤아릴 수 없는 꽃송이들이 원근에 향기를 풍기니 참으로 남쪽 고을의 장관이라 하겠다. 못 위에 돌이 있고 돌 위에 새긴 것이 있으니 가로되 『진사 조공의 연담』이라 하였다.
공의 휘는 이(怡)요, 자는 여신(汝愼)이며 순창 사람이다. 공의 七세조 부원군 충헌공 농은 선생 원길은 고려 말 쇠퇴할 때를 만나 도덕과 문장이 세상의 표본이 되어 그의 공로가 훈부지록(勲府之祿)에 배향되었다. 그리고 건곡 선생(虔谷先生) 유(瑜)의 후예요, 매창처사(梅窓處士) 대성(大成)의 아들로 가정(嘉靖) 갑진년(一五四四)에 출생하여 가정의 훈도를 이어받아 문장 예학으로써 당세에 영문이 있었고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의 문하에 출입하여 모든 경전의 뜻과 깊은 이치를 통달하지 아니한 것이 없고 보니 선생이 항상 칭찬을 마지 아니하였다. 三十세에 성균사마(成均司馬)에 합격하였는데 품성이 안정하고 욕심이 적어 물건을 좋아한 바 없으나 오직 이 연화(蓮花)를 사랑하여 사는 마을 앞에 못을 파고 연을 심어 시를 읊고 노닐며 구경할 곳을 만들었다. 대개 이 꽃이 조촐히 서서 진흙에 물들지 않으니 실로 꽃 가운데 군자라 군자의 꽃을 사랑할 줄 아는 자는 주염계(周濂溪) 뒤에 오직 공 한 사람 뿐이었다. 그 사랑한 바를 보니 그가 늘 수양했던 바를 또 가히 알겠도다. 수백 년을 지내도록 그 못이 오히려 있고 향기로운 연뿌리가 끊어지지 아니하니 가히 공의 유택(遺澤)의 깊이를 보겠도다. 지나간 기사년, 갑술년 양 년 사이에 백성이 흉년을 만나 생활을 연뿌리에 의존한고로 그 뿌리가 마침내 끊어졌더니 기유년에 이르러 한 뿌리의 연꽃이 스스로 못 가운데에 나서 마침내 다시 성하여 못에 가득한 연꽃이 완연히 옛날의 번화를 되찾아 바야흐로 성대한 장관을 이루니 사람이 다 기이하게 생각하매 그 자손 된 자 흥감(興感)이 어떠하겠는가. 가군(家君)이 여러 족인과 더불어 고치고 수축하여 그 복돋아 기른 것을 온전히 하고 자손에게 덕을 기르도록 권면하였다.
후손 창기 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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